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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오니 얼마나 좋아? 나이 들면 건강이 최고야. 그리고, 산은 더 좋고,”  “허허. 그러게. 좋긴 좋다.” 등산하기에 완벽한 옷차림의 은혁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혁은 소위 말하는 등산모임의 대장으로 일 주일에 한 번씩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산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해서 은혁으로부터 몇 차례 권유가 있었지만 말로만 대답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산행을 물었고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먼저 산에 가자고 한 거야? 그렇게 가자고 할 때는 묵묵부답이더니.......“  “바람은 무슨, 그냥 마음이 가자는 것 같아서. 허허허.” 머쓱해진 나는 웃음으로 답을 했다.   내가 유독 산을 찾지 않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녀석에 대한 미안함도.젊음으로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을 때, 대학 동아리에서 친목도모와 단합행사로 설악산 등반을 정했다. 그것도 갑자기 정한 것으로 철저한 준비보다는 객기를 우선으로 되는대로 짐을 꾸리고 마음 가는대로 산에 올랐다. 겨울인데 아이젠도 없이. 등산화도 신지 않은 채. 결국 그날 나는 가장 친한 친구,  그 녀석을 산에서 들어 메고 하산을 해야 했고 그 녀석은 병원에서 응급실로 들려가 곧바로 수술을 했고 왼쪽 다리 정강이 아래 부분을 잃고 말았다. 그 일로 나는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우리의 등산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실감했으며 더 이상 산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목발을 짚고 다니는 그 녀석을  볼 때마다 가슴으로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지나가는 헛헛함을 품어야했다. 물론 그 일로 우리는 더 가까워졌지만 그 바탕에는 내가, 우리가 멀쩡한 것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그 녀석은 귀향을 선택했다. 몸이 멀어진 만큼 마음도 멀어져 어쩌다 만나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의 안부를 물을 뿐,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행인 것은 그 녀석은 몸이 불편할 뿐,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만족한 날을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무거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그 후로 4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녀석의 젊음에 대한 아픔과 슬픔은 무디어지고 아물어 회환이 되었는데 오히려 그 녀석의 웃음은 나날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산을 떠올렸고 나도 모르게 발길을 내딛었다.  주왕산, 우리는 동서울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왔다. 널리 알려진 만큼 사람들이 많아 저절로 흥이 나는 듯했다. 우직한 몸집의 은혁이는 대장답게 앞서서 걷다가도 비탈진 곳이 나오면 어느새 뒤로 쳐져 걸으며 우리를 단도리해주었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촉촉한 흙의 느낌은 긴장한 마음을 풀어주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답답한 일상을 지워주고,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산, 그 속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가슴속에 자리 잡은 묵직함에서 벗어나 그 녀석의 환한 웃음으로, 곁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의 왁자한 이야기는 설렘을 갖게 했다.  대전사를 지나 산책하듯 걷고 조금 더 오르자 우쑥우쑥 솟아있는 바위산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비탈진 길을 걷고,  “자, 여기서 한 숨 쉬어가도록 합시다.    여기 오이하고 물 있으니 보충도 좀 하고,   혹시 알고들 있나? 산은 이렇게 오르는 게 전부라는 걸, 숨이 턱에 차  오를 때까지 오르다가 정상에 서면 한 큐에 모든 게 사라진다는 거야.  그래서 온갖 생각들이 하산할 때면 싹 정리가 된다는 거.   그러니까 산은 그냥 오르면 돼. 나머지는 산이 다 알아서 해준다는 거.“ 은혁의 눈길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허허, 오늘따라 사설이 길다.     그나저나 오늘은 신입회원이 왔으니 하산하면    막걸리 한 잔 합시다.“  “그것도 좋네. 오랜만에 노래도 한 곡 뽑아야겠는걸. 허허허.” 주고받는 왁자한 웃음에 주변 나무들이 싱긋한 바람을 섞는다. 헛헛한 가슴에 무언가 채워지는.....  우리는 다시 삼삼오오 걸음을 옮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싱거운 농담으로 웃음을 돌리고, 굳이 물어보지 않았던 속내를 무심히 털어놓기도 하고. 딱히 답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도착한 주왕산 주봉,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이렇게 오르면 그만인 것을, 은혁이 말처럼 그냥 오르면 될 것을 그동안 기를 쓰고 외면해왔다는 사실에. 어쩌면 나는 그 녀석의 아픔을 그 누구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여나 나 때문은 아닐까하는 막연한 짐을 산에게 전가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재야 깨닫게 된다. 늘 이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산은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말없이 품어주고 있다는 것을, 각자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절망, 만남과 이별을 보이는 대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그저 받아준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삶을 오롯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어쩌면 녀석은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주에는 설악산 어때?”  “응? 설악산? 허허, 좋지. 이제야 너도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은데? “ 네 말에 은혁은 놀라움 반,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헛헛했던 가슴에 품어본다. 단풍으로 물든 산을, 녀석의 웃음을, 나의, 우리의 삶을...  동굴
우선 메모장에 글을 써놓고 올릴까말까 망설이다 용기내어 글을 씁니다.9월에 가을날, 건강이 안좋아 고향 여수에 내려간 학교선배에게 연락이 왔다."여수 구경시켜주테니 , 와"그렇게 시작하게 된 처음 가본 여수여행. 유난히 좋아하는 '여수밤바다'의 음악을 다운받으며 설레는 맘으로 기차길에 올랐다. 첫날은 여수의 시내가 중점이었다. 국내 최초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유리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또 유명한 남도 맛집을 돌며 처음 먹어본 여수 갓김치, 돌게장은 물론 동백빵을 간식으로 먹고 다니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둘째날, 역시 여수의 명소를 다니며 엑스포의 랜드마크인 아쿠아플라넷에서 온갖 해양동물들을 보며 아이처럼 거북이구멍에 들어가 웃으며 사진을 찍어댔고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를 걷고 그 유명한 여수 밤바다를 보며 다리 한구석에서 캔맥주 한잔~~캬! 마지막 셋째날, 해돋이명소인 향일암과 금오도를 가기위해 일찌감치 배를 탔다.여수가 고향이지만 금오도를 어릴때 한번 와본게 전부여서 늘 와보고 싶었다는 선배.그래서 금오도의 길을 너무나 몰라 아무도 안보이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나이에 안맞게~ 무서워했다. 특히, 여행을 하며 살도 뺄겸 다이어트 운동화(뒤꿈치가 올라간 형태)를 선택한 나.그 신발을 신고 험하고 낭떨어지를 자주 만나는 금오도의 비렁길 코스들을 돌며 한번씩 식은땀도 났다.처음에는 가벼운 코스를 돌고 나올 생각이었지만 길치/방향치인 우리에겐 깍아지는 바위절벽이 자주 보이는 코스로 잘 못 들어서게 되었다. 물론 멋진 광경을 만나 입이 벌이지면서도, 순간순간 낭떠러지를 볼때면 가슴이 철~렁.가는 중간중간에 만난 산딸기들. 산딸기를 따서 먹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려워 쳐다보니 개미들 역시 나와 함께 산딸기를 먹고 있는 기막한 경험도 했다.그리고, 생각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집떠나면 예민해지는 나의 장 덕분에(?) 3일째 못간 화장실이 끝이 보이지 않은 깊은 비렁길 어디에선가 장의 활발한 운동 소식이 오고 있었다. 평일때문인지, 험한 코스 때문인지 도통 사람을 찾아 물어볼 수도 없고 도저히 참기 어려운 고비가 왔다. 그렇게해서 상상했던 그 일을 나는 했다. 내 생.애.처.음.으.로.극히 프라이버시이자 밝히지 않아도 되는 애기일 수는 있지만 정말 산에게 미안하고 흙과 나무 등 온갖 자연에게 미안함을 감출수가 없었다.그래서인지, 산에서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쓰레기를 보면 용납이 되지 않는다.잊을 수 없던 금오도 비렁길.내 생애 첫 경험을 선사해 준고맙고 미안한 곳.늘 주기만 하는 부모의 사랑처럼잊지않을게 아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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