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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 어디 아파? 근심스런 내 얼굴을 보며 치매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다 왜 내 어미는 나에게 주려고만 하시는지요 이젠 지칠만도 한데 ... 페북에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한낮인데도 말 없이 적적한 저녁이 돼 있곤 하던 할머니의 흐릿한 눈빛, 그런 할머니가 잠이 드신 어느 저녁 무렵, 할머니 방에서 처음 듣는 낯선 힘찬 음성이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족 모두 부리나케 할머니 방으로 모였고 침대에 걸터 앉으신 구순의 할머니께서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총총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셨다 “오늘 임성에서 목포 시장바닥까지 구석구석 돌아 다녔더니 *뻐쳐 죽겄다 휴우... 영길네도 만나고 점집 할매도 만나고 껄껄껄!” 두어시간 잠이 드신 동안 할머니는 즐겨 다니시던 2,30여년 전 목포를 여행하고 계셨나 보다... 그러다 문득 나를 바라보더니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시며 반갑게 말을 건네셨다 “아니, 니 영식이 아니냐? 오매,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 참말로 오랜만이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할머니의 음성은 눈물이 배인듯 격정적이었다 가족들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말려도 맞다며 껄껄 웃으시는 모습에, 처음 보는 그 낯선 상황에 나마저도 그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아주 오래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목포에서 큰 잡화점을 하셨다 그리곤 인근 섬 지역에 사는 얼굴도 모르는 육촌, 팔촌 삼촌들까지 친자식처럼 거둬 학교를 보내고 살뜰히 키우셨다 그러다 보니 다른 먼 친척들에게까지 입소문이 전해져 응당 아이들을 뭍으로 학교 보낼 때가 되면 외할아버지 집으로 보내는게 당연한듯 불문율처럼 지켜졌고 오히려 친자식인 엄마와 이모, 삼촌들은 자신의 집에서 방을 뺏긴 채 기십여년간 겉돌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외할아버지 보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반기는 외할머니의 영향이 컸는데 그 안엔 외할머니의 유년시절 아픈 사연이 있다 (사연이 너무 길고 절절해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와 할머니의 모습이 많이 닮아 있다) 외할아버지는 팔남매 중, 막내셨고 외삼촌들 뿐만 아니라 이하 사촌, 육촌, 팔촌까지 외가쪽 남자 형제들의 항렬은 모두 이름 끝에 ‘식’자를 지닌 돌림자를 갖고 있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구전으로 알게된 수십명의 삼촌 거의 모두가 할머니 밑에서 학교를 나오고 장성했던 것, 어느날, 할머니께 장난삼아 여쭤봤다 “할머니, 삼촌 중에 헌식이 있어요? - “ 그람, 있재!” “그럼 요식이도 있어요? - “요식이도 있어!” “구식이는요? - 구식이도 있고!” 이름 가운데자만 쥐어짜내 애써 어렵거나 어색한 말을 집어 넣어 물어보는데 바로 전 일도 기억이 가물한 할머니는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답을 주시더라 그렇게 꼬리를 문 물음이 순번을 여러번 돌아도 계속해서 얼굴도 모르는 삼촌들이 화수분처럼 어디선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평생토록 할머니의 기억속 살아있던 삼촌들의 이름 중 몇분을 제외하면 장성한 후에도 할머니를 뵈러 온 삼촌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어려웠던 그 시절, 집안이 가난해 할머니 집에서 끼니를 챙기곤 했던 외삼촌 친구, 기선이 삼촌만이 고마움을 잊지 못해 미국에서 들어오실 때면 먼길 마다 않고 서너차례 다녀가셨다 누군가 그러더라 치매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찾아서 다시 여행하는 시간여행이라고... 섭섭하고 야속하다는 마음이 드실 법도한데 할머니는 그래도 내남없이 사람 하나 하나 보듬고 챙기던 그때가 가장 행복하셨나 보다 생각하니 쓸쓸히 요양원에 남겨졌던 할머니의 마지막이 오늘따라 더 저려온다 * 뻐쳐: (몹시) 힘들어, 전라도 방언 그림인
지금은 교통 수단이 발달이 되어서 어디든 마음 먹으면 갈수 있지만 30년전만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1986년으로 기억됩니다. 지금처럼 콜택시가 많지 않았을 때 택시비 아까기 위해 동네에 있는 저수지로 낚시를 갔는데 걸어서 3-4km는 되는 거리를 걸어서 장비를 매고 간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때는 장비가 가벼웠습니다. 낚시를 마치고 다시 그 거리를 걸어 나오려고 하니까 앞이 까마득합니다. 시간이 9시가 넘었습니다. 급기야 코피가 흐릅니다. 그 모습을 우연하게 보신 식당 아주머니께서 저녁은 먹었냐고 하시길래 아직 먹지 못했다고 하니까 코피 닦아 주시고 식당에 있던 밥 그냥 돈도 받지 않고 챙겨 주시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얼마나 감사했던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다음번에 갔더니 그분이 안계시더라구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15년전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데 한분이 가족과 놀러 오셨다가 붕어 잡은 것 나누어 줄 수 있냐고 하시길래 몇마리 드렸더니 그것을 매운탕을 만들어 소주까지 가지고 오셔서 고맙다고 하시며 한잔 같이 하자고 하십니다. 지금은 음주를 전혀 안하지만 그때는 조금 했습니다. 낚시는 잘 하시지 못하시지만 매운탕을 너무 좋아하시는데 가족과 놀러왔다가 그냥 갈수없어 여기저기 몇마리만 돌아다니며 줄수 있냐고 물어봐도 집에 가져간다, 잡아다가 판다하여 헛고생만 하다가 우연히 저에게 부탁하셨는데 붕어 몇마리에 불과하지만 고마운 마음에 식당에 부탁하여 매운탕을 끓여달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저또한 매운탕을 끓여 오실줄은 진짜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몇마리 붕어에 불과하지만 붕어매운탕 끓여 오셔서 함께 시간을 나누며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그날 밤낚시를 했는데 윗쪽에 있는 식당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꼭 들르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중학교때의 일로 기억을 합니다. 저는 주로 어릴적에 북한강에서 낚시를 주로해서 시간만 되면 큰아버님댁에 자주 가곤 했습니다. 하루는 집에 있는데 큰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요즘 갑자기 암소가 밥을 잘 먹지도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아서 혹시나해서 전화를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소가 그런 현상을 보이는 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 했습니다. 얼마후에 소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죽은 소 위에서 낚시바늘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말해 소가 먹은 여물속으로 낚시바늘이 딸려들어가 그 여물을 먹은 소의 위에 낚시 바늘이 걸려서 소가 고통스러워하여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죄송한지 조금도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던 일에 큰아버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부모님께 얼마나 야단을 맞았는지 모릅니다. 저에게는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큰아버님께 커서 직장 다니면 소가 값아 드리겠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당시의 일이 죄송스러워 한달에 얼마씩 붙여 드렸더니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큰아버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 아련합니다. 사진은 평소 저수지 낚시를 좋아하시던 딱 한장 남은 큰아버지 사진입니다. 옛 추억을 회상하며 그리운 마음에 올려봅니다^^ 뚱꺼비
화진포의 성은 일명 김일성 별장이라 불린다 했다. 요즘 세상에 성은 또 무엇이며, 김일성 별장이 왜 남한 땅에 있는건지 궁금함을 참기 어려웠다. 김일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끌어당김은 상당했다. 여행지의 이름과 밀당이 있다면 김일성 별장이라는 이름은 당김이 훨씬 크다. 물론 젊은 친구들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집 뒤에 혹처럼 창고같은 것들이 붙어 있으면 대박이겠다.' 스스로도 어이없다 싶은 생각을 하고는 피식거리며 차를 몰아 해안도로로 나섰다. 30여분을 더 북쪽으로 달려가자 화진포의 성 매표소가 나타났다. 거금 삼천원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받아 넓은 주차장 구석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낮은 구릉에 오르자, 파랗게 물든 화진포의 겨울 바다가 펼쳐졌다.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파도는 바람보다 진중했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으면서도 바다가 전해주는 파랑은 확실히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추위를 잊을 정도였으니까. 바다를 왼쪽에 두고, 구릉 오른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오르막길 위 언덕에 화진포의 성, 김일성 별장이 있다. 소나무숲이 별장을 가리고 있긴 하지만 계단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돌로 쌓은 외벽이 보이고 별장이 나타난다. 1937년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함경도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화진포에 강제로 이전시키면서, 독일인 건축가 베버(H.Weber)가 1938년에 예배당으로 처음 지은 건물이다. 소나무숲과 해안 절벽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어 매우 수려하며, 1948년 이후에는 북한이 귀빈 휴양소로 사용하면서 김일성과 그의 처인 김정숙, 아들 김정일과 딸 김경희가 묵은 적이 있어 '김일성 별장' 이라고도 불린다. 건물로 올라서기 직전에 마지막 계단길이 나타나는데, 바로 이 계단과 똑같이 생긴 70년 전의 계단 사진이 벽에 붙어 있고, 사진 속에는 6살의 김정일이 계단에 앉아 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내가 밟고 있는 계단을 향했다. 왠지 모를 묘한 느낌이 든다. 내가 밟고 있는 이 계단에 어린 김정일이 앉아 있었다는 것은 사실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님에도 무언가 자꾸 의미를 찾으려는 내가 좀 멋쩍다. 입구에서 본 건물은 외벽이 모두 돌로 쌓아올려진 모습이라 성벽을 닮긴 했지만, 입장을 위해 가까이 다가가니 현대식의 모습도 함께 갖고 있어 이색적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화진포에 대한 설명과 이 건물의 주인이었던 '셔우드 홀'에 대한 얘기들이 벽을 따라 흐른다. '셔우드 홀? 들어본 거 같은데.. 누구였더라. 아! 크리스마스!' 어릴적 학교에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우표처럼 생긴 것을 팔았던 '크리스마스 씰'을 최초로 도입했던 사람이다. 결핵 퇴치를 위한 모금 목적이었을게다. 그리고 그가 베버를 통해 지은 집이 바로 이 건물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베버는 유럽의 작은 성을 연상시키는 건물을 지으려고 회색돌로 2층의 원통형 건물을 지었고, 그 모습에서 '화진포의 성'이라고 불렸던 것이다.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화진포 설화가 설명되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사뭇 재미있다. '먼 옛날 이 마을에 이화진이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이 양반이 주변 사람에게 인색하고 성격이 매우 고약하였다. 어느 날 건봉사의 스님이 이화진의 집을 찾아와 시주를 얻으려 하자 이화진은 시주 대신 소똥을 퍼 주었고, 스님은 염불을 외며 돌아 나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며느리는 얼른 쌀을 퍼서 스님께 드리며, "우리 아버님이 큰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라며 빌었다. 그래도 스님은 시주를 받지 않고, 마을의 고개를 넘어 고총산까지 올라갔고, 며느리는 그저 스님을 쫓아갔다. 결국 스님은 용서를 비는 며느리에게 시주를 받으며, "그대는 나를 따라오면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돌아보지 말라."고 말했다. 며느리가 얼마동안 스님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뒤에서 '쾅'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큰 소리가 났고, 며느리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 봤다. 그러자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이화진이 살던 집과 논밭이 순식간에 모두 호수가 되어 버렸다. 스님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며느리는 애통해하다 그만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 버렸다.' 화진포라는 명칭도 '이화진'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는데,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건 오르페우스 신화와, 돌이 되어버린 여인의 모티브는 망부석 설화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멍하니 신화와 설화 속 얘기들을 생각하느라 한참을 제자리에 서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2층을 향했다. 화진포 설화 이야기에 예상보다 더 심취했던 모양. '건봉사의 스님이 그런 신통력을? 건봉사, 건봉사라..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왠지 다음 여행지가 정해진 느낌이다. 2층에는 둥근 원통형의 벽에 시원스레 뚫린 창으로 화진포 앞바다가 보이는 멋진 공간이 나타난다. 그 공간만큼은 대여료를 내고서라도 하루 정도는 머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옥상을 나서면 정말로 중세 서양의 성처럼 벽이 세워진 것이 보였다. 정말로 성벽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니 화진포 앞바다는 설명을 다 하기 힘들정도로 장관인 모습을 보여줬다. 옛날 고구려의 해안 요새라던 비사성에 오르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한번도 생긴 적이 없었던 웅혼한 기질이 괜히 들끓을 것 같고, 호탕한 웃음소리라도 내질러야 할 것 같다. 다시 소나무숲길을 걸어 주차장 언덕으로 내려왔다. 아내는 화암사에 잘 찾아갔을까. 전화를 해 봤다. "잘 찾아갔어?" "응. 여기 좋은데? 이런 델 어떻게 찾아낸거래? 참 신기해." "신기할 것도 많네. 알았어. 몸 좀 녹이고, 수다 좀 떨고 해." "별장 간다더니, 갔어?" "응. 둘러보고 내려왔어." "그럼, 이제 어디로 가?" "별장." "엥?" "다른 별장 있어. 그것도 두군데나 더." "....?" 터덜터덜 걸으며 전화를 하는 동안에 도착했다. 손은 조금 얼었지만 크게 상관있으랴. 두번째 별장에 도착했다. ....TBC 제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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